1. 제안 배경 및 필요성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은 행정구역의 단순한 통합을 넘어 의료, 교육, 산업, 교통, 문화 등 광역 단위의 자원을 새롭게 배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하나로 통합된다고 해서 지역 간 격차가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구와 경제활동, 행정기능, 대학과 기업 등이 이미 집중되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와 공공서비스가 배치되면서 기존의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공공시설이나 산업지원사업은 이용자 수와 경제성, 접근성 등을 주요 기준으로 입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중심지에 추가적인 시설과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경우 서남권 주민들은 동일한 통합특별시의 구성원이면서도 의료, 교육, 문화, 일자리 등 주요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청년층과 기업이 중심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이동하면서 서남권의 상대적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균형발전 정책은 특정 지역에 개별 시설이나 SOC를 추가하거나 대형사업을 유치하는 방식이 중심이지만, 이러한 방식은 사업별 예산 확보나 정치적 협상에 크게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통합 이후의 서남권 발전을 개별 사업 유치 차원이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주요 정책과 투자 과정에서 지역 간 편익의 차이를 사전에 확인하고 이를 보정하는 제도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일정 규모 이상의 주요 정책과 투자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사업의 혜택이 지역별로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평가하고, 특정 지역에 편익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 서남권에 필요한 대응투자가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는 「서남권 균형발전 자동보정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2. 주요 제안 내용
제안의 핵심은 통합특별시의 주요 사업을 결정할 때 사업 자체의 경제성뿐 아니라 그 사업으로 인해 어느 지역의 주민이 실제로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광역교통사업,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 신설·이전, 대학·연구기관 지원사업, 의료시설, 산업단지, 문화·관광시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등을 대상으로 ‘서남권 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영향평가에서는 단순히 어느 지역에 얼마의 사업비가 투입되는지를 비교하기보다는 주민의 실제 생활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업 시행 전후 의료·교육·문화시설까지의 이동시간, 일정 시간 내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 수, 도로와 철도를 통한 주요 거점 접근성, 청년 및 생활인구 이동, 기업 입지와 민간투자 파급효과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별 사업이 통합특별시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더라도 특정 지역의 편익만 크게 증가시키고 서남권에는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평가가 단순한 보고서 작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평가 결과 특정 사업이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사업 추진과 동시에 서남권에 필요한 대응사업을 함께 마련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중심지역에 대규모 연구·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일자리와 기업투자가 집중된다면 서남권에는 관련 기업의 위성연구센터, 실증단지, 인력양성시설 등을 연계할 수 있다. 대형 의료시설이 특정 지역에 신설되지만 서남권 주민의 의료 접근성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진료 거점, 의료이송체계,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진체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광역철도나 도로사업으로 특정 지역의 접근성만 크게 개선되는 경우에는 서남권 주요 도시와 해당 교통망을 연결하는 간선교통이나 환승체계를 우선적으로 보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는 모든 지역에 똑같은 시설을 하나씩 배치하자는 것이 아니다. 통합특별시 전체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적 불균형을 다른 정책수단을 통해 보완하자는 것이다.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통합특별시의 균형발전 재원 가운데 일부를 ‘서남권 균형발전계정’으로 운영하고, 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실제로 부족한 기능에 선택적으로 투자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3. 실현 가능성 및 추진방안
본 제안은 대규모 신규 인프라 건설 자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책결정과 투자심사 과정에 지역 간 영향평가와 보정 절차를 추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병원이나 철도, 공공기관을 하나 더 건설하는 사업은 막대한 재정과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하지만, 지역영향평가는 기존 행정체계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평가에 필요한 자료 역시 상당 부분 기존 행정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 및 생활인구 자료, 사업체와 고용자료, 도로·대중교통망, 의료·교육·문화시설 위치, 주요 거점 간 통행시간, 공공투자사업 자료 등을 활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지역별 영향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공간정보와 생활인구, 교통자료 등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어 주민의 실제 생활권 단위로 정책효과를 평가하는 여건도 과거보다 개선되고 있다.
처음부터 모든 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선 광역교통, 의료, 대학·연구개발, 산업, 문화 등 분야별 대표사업 몇 개를 선정해 시범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실제 활용 가능한 핵심 지표와 평가방식을 정립할 수 있다.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투자심사 과정에서 서남권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내부 지침이나 조례에 반영하고, 장기적으로는 통합특별시의 공식적인 균형발전 제도로 발전시키는 방식이 적절하다.
또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서남권만을 위한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동부권, 농산어촌, 도서지역 등 통합특별시 내부의 다양한 지역 간 격차를 관리하는 공간균형발전 평가체계로 확대할 수 있다. 즉, 서남권을 대상으로 시작하되 향후 통합특별시 전체의 정책편익을 보다 공정하게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4. 기대효과
가장 큰 기대효과는 무엇보다 통합 이후 특정 지역으로 행정기능과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주로 낙후지역에 개별 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이라면, 본 제안은 모든 주요 정책과 투자가 지역 간 격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도록 정책결정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또한 지역별 사업비의 총액보다 주민이 실제로 누리는 혜택을 기준으로 균형발전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규모의 예산이 투자되더라도 주민이 의료, 교육, 일자리, 문화, 교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균형발전으로 보기 어렵다. 서남권 영향평가를 통해 이러한 차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한정된 재원을 실제로 취약한 분야에 보다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
서남권의 입장에서도 매번 개별적인 대형사업을 유치하거나 별도의 지원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특별시의 정책 시스템 안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의 이해가 고려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특정 대형시설이 다른 지역에 설치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의 지역적 편중을 확인하고 필요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한다면 지역 간 시설유치 경쟁과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제안의 핵심은 서남권에 단순히 더 많은 예산이나 시설을 배분하자는 것이 아니다. 통합특별시가 주요 사업을 결정할 때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는가’뿐 아니라 ‘그 투자로 어느 지역 주민이 실제로 혜택을 받는가’를 함께 평가하고, 통합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행정구역의 통합을 넘어 실질적인 생활권과 기회의 균형을 추구하는 새로운 광역행정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